Home경제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자급률 향상과 경제구조의 변화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외환경이 급변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공장(생산)’ 없이 차입을 통한 ‘소비’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흥국 생산 – 선진국 소비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선진국은 20년 넘게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을 한번에 무너뜨리지 못했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생산 시설이 대거 신흥국으로 넘어간 까닭이다. 당장 글로벌 공급망에서 빠져나올 경우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는다.

선진국은 기존 공급망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관세를 올려 전방위적인 무역 장벽을 세우기보다는 비관세 조치를 통해 자국의 취약 산업을 보호했다. 자국 제 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등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했다.

경쟁력을 잃은 제조업 대신 신사업 발굴을 위한 노력도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셰일 혁명을 기반으로 에너지 산업이 재차 부흥했다.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폼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며 4차 산업혁명이 확대됐다.

선진국 수요에 기반을 두고 고성장했던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선진국의 성장 둔화에 동반 부진을 경험했다. 특히 중국은 대외 수요에 기반을 두고 생산과 투자의 선순환을 통해 금융위기 직전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했던 만큼 선진국 수요 둔화에 취약했다. 이에 중국도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중국은 중간재 자급률 상승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홍색공급망’이라는 용어로 대표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전체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47.3%에서 2021년 24.5%로 축소됐다. 단순 조립을 통한 가공은 2%대에 불과하며 중간재를 수입해 이를 재가 공해 수출하는 비중도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2015년 5월 중국 정부는 ‘제조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중장기계획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 2025년에는 70%까지 달성하면서 10대 핵심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해양공학, 고속철도, 고효율∙신에너 지 차량, 친환경 전력, 농업기기, 신소재, 바이오 등이 10대 핵심산업으로 선정됐다. 섬유, 조립 전자제품 등 저기술 노동집약 제품 위주의 경제 구조를 고기술, 고부가가치 중심의 산업구조로 고도화시키고자 하는 정책이다.

글로벌 공급망
글로벌 공급망

G2 분쟁으로 인한 중국 중심의 공급망 약화

‘중국제조 2025’는 세계 패권을 지닌 미국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1년 반이 지난 2016년 11월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 협상에 기반한 무역협정 추진을 발표했다. 교역의 세계화를 이끈 다자 협상이 자국 이익을 훼손한다고 판단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발표와 함께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탈퇴를 공식선언했다.

2018년 3월 8일 철강(25%)과 알루미늄(10%)의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양국 간 무역 분쟁이 시작됐다. 2019년까지 중국과 미국은 상호 교역 품목의 80%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며 2019년 12월 양국 간 1단계 무역합의를 기점으로 무역 분쟁 강도는 완화됐다.

대신 기술 기업, 금융, 인권, 외교 등 비무역 부문의 압박 강도는 강화됐다. 연방퇴직기금에서 중국 주식 투자를 중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을 규제했다. 회계기준을 위반한 외국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는 외국기업책 임법을 통과시켰으며 위구르족 탄압 관련 제재 법안도 만들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후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도 시작했다.

일본 수입 규제 등 정치적 요인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 고조

일본에서는 2019년 7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과 외교적 관계가 악화된 데 따른 보복성 조치 성격이 짙다.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리지스트의 한국 포괄허가 발급이 중지됐다. 2019년 9월에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 전략물자 등을 수입할 때 계약 건별로 허가를 받게되며 허가 신청 및 심사에 90일이 소요되고 유효 기간은 3개월이다. 전략물자에 해당되는 품목에 대해서 수출허가를 받게 된다.

일반 통제대상품목에 따르면 전략물자의 분야는 무기, 원자력, 전자, 통신, 항법 장치, 추진 장치 등으로 대부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종에 집중된다. 수입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중간재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선진국의 자국 생산 거점화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파편화되는 와중에 2020년 2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충격이 강타했다.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해진 봉쇄 조치 여파로 야기된 생산 차질과 물류 대란 등은 즉시에 원하는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깨뜨렸다. 특정 물품을 생산하기 위해 여러 국가를 거쳐야 되는 복잡한 구조의 공 급망이 외부 충격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주요 수요처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급망 구조를 단순화시키기 위해 자국 근처로 공급망을 이동시키고자 한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공급망 중요성 부각

특히 일부 국가가 마스크 등 중요 전략물자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하면서 안보적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 중요성이 제고됐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공급망 선택에 있어 외교∙안보적 요소를 고려해야할 이유를 더해줬다. 러시아 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외교적 노선에 따라 공급망 구조를 변화시켜야 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비철금속, 곡물 등 주요 원자재의 공급처로 유럽이 주요 수요처다. 단기간에 공급망의 전환을 꾀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한 유럽 조차도 원자재 수 입 제한 등 대러시아 제재를 모색 중이다.

정리하면, 한국을 둘러싼 대외환경의 변화는 (1)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자급률 향상과 경제구조의 변화, (2) G2 분쟁으로 인한 중국 중심의 공급망 약화, (3) 선진국의 자국 생산 거점화, (4) 일본 수입 규제 등 정치적 요인에 따른 공급망 불확실성 고조, (5)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공급망 중요성 부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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