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산업인 조선업에서 이익 기반 밸류에이션은 한계
최근 조선업의 가장 큰 화두인 밸류에이션을 살펴보자. 실적 변동성이 큰 조선업은 실적 하락 구간이나 턴어라운드 구간에서 이익 기반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이클이 길고 수주와 실적의 시차도 2~3년 반영되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밸류에이션 방식을 바꾸는 것도 신뢰도를 떨어 뜨린다.
조선 4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의 2000~2021년까지 22년 동안의 실적을 보면 지배순이익이 흑자였던 해는 13년, 적자였던 해는 9년이었다.
흑자는 2001년~2012년까지 이어졌고 적자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 2017년에 일시적으로 흑자를 냈다. 조선업의 사이클이 얼마나 긴지를 잘 설명해 준다. 22년의 세월 동안 이익 기반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수 있는 기간은 절반 정도이다. DCF나 RIM 같은 장기 시계열의 이익 기반 밸류에이션을 고려할 수 있지만 조선업 변동성을 감안하면 변수가 많아 선호도가 떨어진다.
선행 PER을 적용하기 위해서도 최소 3년 후의 실적을 적용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너무 많은 가정이 들어간다. 정밀한 가정들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향후 실적 추정의 정밀도가 떨어져 이 분석은 실적이 본격적으로 돌아서는 2023년으로 미뤄둬야 한다.
따라서 자산 기반의 PBR 밸류에이션을 검토해 보는 것이 비교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선업을 보는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PBR을 기반으로 조선업을 바라봄으로 이해도를 높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PBR 2배는 주가의 유리천장일까?
최근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PBR 2배를 오가며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는 시각이 많다. PBR 2배는 조선업 주가의 유리천장일까?
2021년 9월 17일 현대중공업이 재상장하며 조선업 주가와 PBR 증가를 이끌었다. 전세계 최대 조선소이며 우량한 재무구조와 엔진사업을 내재화로 갖고 있는 점이 프리미엄을 받기에 충분했다.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조선업이 다운사이클로 접어든 2014년 이후 조선사 PBR이 1배에 갇혔기 때문이다. 2014~2021년 조선 4사의 평균 PBR은 0.75배였고 유가가 바닥이었던 2015년은 0.44배까지 떨어졌다. 2021년부터 업황이 돌아섰지만 PBR 2배는 과거 10년 동안 없던 밸류에이션이어서 여전히 낯설다.

그러나 지금은 업황의 상승기이기 때문에 과거의 하락기가 아닌 상승기와 비교해 보는 것이 적절하다. 과거의 상승기였던 2003년~2007년까지의 PBR을 보면 1.3배에서 4.5배를 오갔고 평균 PBR도 2.5배 수준이었다.
2003~2007년은 중국의 GDP 성장률이 15~20%를 기록했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전세계 원자재를 흡수하던 시절이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
